"지진은 성경에서 마지막 때의 징조인가요?", "기근과 전염병도 성경이 말한 종말의 징조인가요?" 큰 지진이나 전염병 소식이 들리면 이런 물음이 쏟아집니다. 예수님이 실제로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. 이 글에서는 이 재난들에 대한 성경 본문을 읽고, 교회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,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.
본문이 말하는 것
민족이 민족을,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은 재난의 시작이니라
마태복음 24:7-8
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
누가복음 21:11
이 말씀에서 놓치기 쉬운 점이 셋 있습니다.
- "곳곳에": 한 번의 큰 재난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되풀이되는 재난을 말합니다.
- "재난의 시작": 지진과 기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셨습니다. 바로 앞에서 예수님은 "아직 끝은 아니니라"(마태복음 24:6)고도 하셨습니다.
- "두려워하지 말라": 누가복음은 같은 대목에서 "두려워하지 말라 이 일이 먼저 있어야 하되 끝은 곧 되지 아니하리라"(누가복음 21:9)고 기록합니다.
요한계시록에도 지진은 하나님의 심판이 절정에 이를 때 거듭 나옵니다. 여섯째 인을 뗄 때 "큰 지진"이 나고(6:12), 일곱째 대접 때는 "사람이 땅에 있어 온 이래로 이같이 큰 지진이 없었더라"(16:18)고 할 만한 지진이 일어납니다. 넷째 인의 청황색 말 탄 자는 "검과 흉년과 사망과 땅의 짐승들로써" 죽입니다(6:8).
그리고 히브리서는 땅의 흔들림에 대한 가장 깊은 해석을 줍니다.
이 또 한 번이라 하심은 진동하지 아니하는 것을 영존하게 하기 위하여 진동할 것들 곧 만드신 것들이 변동될 것을 나타내심이라 그러므로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았은즉 은혜를 받자 이로 말미암아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길지니
히브리서 12:27-28
어떻게 읽어 왔나: 재난과 종말 해석의 역사
재난이 올 때마다 "드디어 끝이 왔다"고 생각한 일은 교회 역사 내내 있었습니다.
- 3세기 카르타고의 주교 키프리아누스는 로마 제국에 퍼진 역병 속에서 세상이 늙어 끝이 가까워졌다고 썼습니다. 다만 그의 글은 날짜를 정한 예언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신자들을 위로하는 목회 서신이었습니다.
- 601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켄트의 에설버트 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쟁, 기근, 역병, 지진을 세상 끝의 징조로 들면서도, 그 징조들이 모두 "우리 시대 이후에" 이어질 것이라며 두려워하기보다 준비하라고 권했습니다.
- 1811~1812년 미국 미시시피강 중류의 뉴마드리드 대지진 뒤에는 세상 끝이 왔다고 여긴 주민들이 교회로 몰려 교인 수가 크게 늘었으나, 종말이 오지 않자 그 열기가 곧 식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.
- 2023년 튀르키예·시리아 대지진 때는 지진을 재림의 징조로 소개하는 글과 지진을 "예언했다"는 영상이 퍼졌지만, 미국 지질조사국(USGS)은 날짜와 장소를 특정한 지진 예측은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.
그렇다면 지진은 정말 늘고 있을까요? 미국 지질조사국은 기록되는 지진의 수가 늘어난 것은 지진계가 많아져 더 많은 지진을 잡아내기 때문이며, 큰 지진의 수는 1900년 무렵부터의 긴 기록으로 볼 때 해마다 오르내릴 뿐 뚜렷하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. 그러므로 "통계상 지진이 폭증하니 재림이 임박했다"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. 2000년 동안의 지진·화산 기록과 통계는 아래 "함께 보기"의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
이 연재의 자리: 이 연재는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을 예수님이 말씀하신 "재난의 시작"으로 받아들이지만, 어느 한 재난을 두고 "이것이 성취된 예언이다"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. 성경의 징조는 숫자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켜지는 경보가 아니라, 첫 오심과 재림 사이의 모든 시대에 걸쳐 성도를 깨우는 종소리입니다. 그 종소리는 대환난 때에 가장 크게 울릴 것입니다.
흔한 오해 바로잡기
- "큰 재난은 그 지역 사람들의 죄 때문이다." 예수님은 실로암 망대에 치여 죽은 열여덟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죄가 더 많아서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(누가복음 13:4-5). 재난을 당한 이들을 정죄하는 해석은 주님의 말씀과 다릅니다.
- "지진 예언이 맞았다." 날짜와 장소, 규모를 특정하지 않은 "곧 큰 지진이 온다"는 말은 언제든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. 성경은 거짓 선지자를 경계하라고 거듭 말합니다(마태복음 24:11).
- "재난이 오면 신앙인은 피할 수 있다." 성경은 성도도 재난과 환난을 겪는다고 말합니다. 약속은 재난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"흔들리지 않는 나라"를 받았다는 것입니다.
오늘의 적용
재난 소식 앞에서 성도가 할 일은 분석보다 긍휼입니다. 2023년 튀르키예 지진 때 국내 교계가 구호와 복구 지원에 힘을 쏟았던 것처럼, 재난은 우리를 기도와 섬김으로 부릅니다. 무너진 땅을 보며 "흔들리지 않는 나라"를 받은 은혜를 기억하고, 흔들리는 이웃에게 그 나라의 평안을 나누는 손이 되시기 바랍니다.
함께 보기
- 마지막 때의 징조들 (2000년 동안의 지진·화산 기록과 통계)
- 안디옥, 마흔 번 넘게 흔들린 도시: 초대 교회의 도시 안디옥이 겪은 지진의 역사
- 마지막 때의 징조 주간 소식 (2026년 10월 16일~23일)
자료와 출처
- 성경 본문: 개역개정 (마태복음 24:6-11, 누가복음 21:9-11, 13:4-5, 요한계시록 6:8, 6:12, 16:18, 히브리서 12:26-28)
- 키프리아누스: Cyprian, On the Mortality (프리부르 대학 BKV)
- 그레고리우스 1세의 편지: Bede, Ecclesiastical History 1권 32장 (CCEL)
- 뉴마드리드 지진과 종교: Samuel W. Watkins, Methodist History, 1992
- 튀르키예 지진과 지진 예측: GBH/NPR, 2023년 2월 7일
- 지진 빈도: USGS, Why are we having so many earthquakes?
성경 본문은 개역개정이며 구절마다 원문과 대조했습니다.
머리 사진: 2023년 지진 뒤의 안타키아 항공 사진. 오르한 에르클르치, 미국의 소리(VOA), 퍼블릭 도메인. 위키미디어 공용